채무 발생 전의 일상적인 삶

저는 59세, 평생을 공장에서 일하며 살아온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30년 가까이 같은 중견 제조업체에서 근무했고, 큰 욕심 없이 묵묵히 일하며 두 자녀를 대학까지 보냈습니다. 일은 고되었지만,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돌아와 밥을 먹고 잠드는 단순한 일상이 오히려 익숙하고 편안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부부가 알뜰하게 살며 저축도 조금씩 해뒀고, 자녀들이 자립하면서 생활은 한결 나아졌습니다.

채무 발생과 악화 과정

모든 것이 바뀐 건 퇴직과 동시에 시작된 이혼 소송이었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던 시점에 부부 사이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고, 결국 재산 분할과 위자료 문제로 법적 다툼까지 가게 됐습니다. 30년간 모은 퇴직금과 약간의 저축이 있었지만, 위자료와 재산 분할로 절반 이상을 넘겨야 했습니다. 남은 금액으로는 생계 유지도 버거웠고, 생활비와 자녀 결혼자금으로 일부를 쓰다 보니 결국 카드 대출과 은행 대출까지 손을 댔습니다.

처음 빌린 금액은 2천만 원 남짓이었지만, 이자가 붙고 생활이 어려워 돌려막기를 하면서 3년 반 만에 7천 8백만 원이라는 빚이 되어버렸습니다. 은행 두 곳, 카드사 한 곳에서 차용했고,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한 달 수입이 120만 원 남짓인 창고 정리 일로는 이자를 감당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개인회생 결심까지의 상황

고민은 길었습니다. 처음엔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 혼자 해결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채권사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연체로 인해 떨어진 신용등급, 압박감은 점점 저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허리디스크가 심해져 아르바이트조차 몇 주간 쉬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이자는 불어났고, 카드 연체가 연속되며 압류 경고까지 받게 됐죠.

그제야 ‘이제는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자, 딸아이가 눈물을 보이며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알려줬습니다. 사실 처음엔 굉장히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상담을 받아보면서 ‘내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개인회생 진행 과정

개인회생 상담을 받고부터 인가가 나기까지는 약 4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법원에서는 제 나이, 수입, 부양 가족 여부 등을 고려해 매달 25만 원씩 3년간 변제하는 계획안을 인가해줬습니다. 총 900만 원 정도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채무는 탕감받게 된 셈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역시 심리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나는 실패한 가장이다’라는 자책감, 법원에 출석해 서류를 제출하고 신용 상태를 검토받는 수치심이 컸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었고, 제도가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돕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변제 기간 동안은 지출을 철저히 통제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엔 불편하고 막막했지만,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오히려 소비 습관이 건강해졌고, 작은 금액에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변화와 희망

이제 개인회생 인가 후 2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매달 성실히 25만 원씩 납부하고 있고, 예상보다 빠르게 잔여 채무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단순하지만 훨씬 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녀들과의 관계도 오히려 돈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은 이후 더 돈독해졌습니다. 아내와는 이혼했지만, 미련 없이 각자의 삶을 사는 게 서로에게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변제를 마치고 신용 회복을 한 후, 자그마한 가게라도 운영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남은 인생은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혹시 저처럼 이혼이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삶이 무너진 분이 계시다면, 꼭 말하고 싶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제도를 활용해서 다시 일어나세요. 개인회생은 실패한 인생의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